Life

30살, 4번째 퇴사

titann 2022. 7. 14. 21:43

 

 

 

#퇴사가 두려웠던 이유

 

26세, 알바로 시작한 첫 내 직장에서 나는 10개월 만에 퇴사했다.

그 후, 10개월씩 일하고 또 퇴사하기를 두번 반복 끝에 현재의 직장에 왔다.

 

처음에는 이 직장이 나쁘지 않았다. 많아야 10명되는 작은회사만 전전했던 나는 한 층에만 100명이 일을 하는 회사에 처음 들어왔고, 업무 상 메일을 주고받는 법부터 여러가지 컨펌의 과정의 있는 시스템과 배울점이 있고 마음이 맞는 몇몇 사람들을 알게되어 기쁘고 재밌었다.

 

그렇게 또 10개월 즈음 흘렀을 무렵, 나는 또 매너리즘을 느끼게 되었다.

소수가 근무하는 직장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스트레스들과, 팀 내에서 나보다 먼저 온 동료들이 전부 나가고 1년도 채 안되어 가장 이 일에 대해 많이 알고있는 사람이 되어버린 외로움과 답답함.

 

나의 급여는 4년도 안되는 시간에 꽤나 많은 폭으로 올랐다. 그리 큰 돈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과분한 금액이라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고있었다. 지난 3번의 퇴사를 과감하게 결정하며 어디가도 나 이정도는 벌고 먹고 살수 있다며 과감히 퇴사를 했던 나지만, 이번만큼은 두려움이 들었다.

 

"어디서 내가 이 돈을 받고 일할 수 있을까?"

"여기만큼 일도 쉽고, 정시퇴근이 보장된 곳에서 일할 수 있을까?"

"돈을 더 모아서 재태크를 하거나, 혹은 차를 할부로 사고싶다"

 

 

위와 같은 생각들이 나의 머리를 지배했고, 예전같았으면 퇴사를 결심했을 법한 여러 상황에서 나를 한번 더 참게 만들었다.

 

 

 

#과감했던 지난 퇴사들

 

 

나는 의지가 약한 사람이다. 학창시절에 공부를 할 때에도 항상 '오늘부터 나는 잠자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공부를 하겠다'는 둥의 말도안되는 다짐을 하고 3일만에 흐지부지 되버리며, 나 자신을 자책했다. 나는 의지가 약한 녀석이라고 생각하며 왜 나는 이거밖에 안될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때 든 생각은,

 

"세상에는 수많은 재능이 있지만, 노력도 재능이다"

 

라는 생각이었다.

 

이 생각이 처음에는 나를 너무 괴롭혔다. 아무 특출난 재능도 없는 내가 노력까지 내가 능력 밖인 것이라면, 나는 이 삶을 패배자로 살아야만 할 것 같았다.

 

내가 조금이나마 달라지기 시작한것은 고3때에서 재수 때 무렵, 공부를 제대로 시작하면서였다. 어느 누가 나에게 말했다. 네가 너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그 누가 널 사랑하겠느냐고. 그때 들은 말이 어렴풋이 남아서인지, 나는 나를 인정하기로 하고 나의 의지가 약한 것을 이용해보기로 했다.

 

내가 금방 포기하고 의지가 약하다는 걸 안 나는, 내가 할 수있는 능력치의 50%정도의 분량을 하루 공부 목표치로 두었다. 하루 하루 그리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이뤄낼 수 있는 양을 하루단위로 설정한 나는, 당연히 매일매일 목표치를 100% 달성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당연히 100%를 채운 후 추가적으로 120%, 150%씩 공부를 하며, 아 오늘도 나는 목표치보다 더 했고 열심히 했구나 라는 성취감을 차곡차곡 쌓았다. 성공한 하루하루를 쌓아가며, 나는 조금씩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고 매일매일 집중하여 공부하는 습관을 만들게 되었다.

 

회사에서의 일이 점점 지겨워지고, 이 안에서 나의 발전을 도모할 수 없을 때 나는 답답함과 화를 느꼈다. 퇴사를 하루하루 고민하다 결국은 홧김에 퇴사하고, 퇴사 전에는 조금 두려웠으나 회사를 그만두고보니 내가 두려워했던것과는 달리 나에게 새로운 기회들이 찾아왔다. 이 기회들로부터 나는 새로운 배움을 얻어 더 나은 환경의 직장으로 이직하고, 새로운 것들을 배우면서 지난날의 나보다 더 나은 내가 되고있었다. 

 

나는 나를 스스로 다잡고 하루하루 내 할일을 우직하게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재수할 때 독서실이 아닌 학원을 등록한 것처럼, 퇴사, 영어학원 등록, 친구와의 새로운 프로젝트 등 내가 매너리즘에 빠지는 환경을 바꿔버리거나, 내가 썩은 물처럼 고이지 않고 발전할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버리고 거기에 나를 집어넣었다. 주변 환경과 처한 상황을 바꾸는 것은 끈기가 약한 내가 나를 정체되도록 내버려두지 않게 하는 두번째 방법이었다.

 

돌이켜보니 이같은 시도들이 게으르게 살아온 내가 하루하루 나도 모르는 새 조금씩 나은 사람이 되게 만들었고, 더 좋은 기회를 만들어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조금씩 내가 나다워도 괜찮겠다라는 믿음을 갖게 만들었다.

 

 

 

#유난히 더 어려웠던 이번 퇴사

 

이번 퇴사가 더 어려웠던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돈이었다.

 

그동안 나는 유학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직장을 다니는 목적은 커리어보다는 당장의 돈벌이에 더 치중이 되어있었다. 이때문에 더더욱 과감히 퇴사를 할 수 있었지만, 중간중간 생기는 공백기, 그리고 학원비, 원서비 등의 유학에 관련된 지출, 자기계발에 쓰는 지출이 많았고, 돈을 모으기보단 그 외적으로 내가 나에게 투자할 시간과 금액을 더 중요시했다일련의 이유로 유학을 포기한 지금, 30살이 되고 이번 회사에 오고나서야 내 손에 남은것은 고작 천만원 남짓한 돈이었다.

 

경제에 관심이 많아진 나는 저축과 자산쌓기의 중요성에 대해 알게되었다. 나는 내가 지금부터 얼마씩 모을 수 있을지, 얼마씩 모아서 얼마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매일매일 고민하며 괴로워했다.

 

같은나이에 성공하거나 혹은 부모님을 잘 만나 최소 차라도 끌고다니는 또래들을 보며 부러워했고, '아 이제는 나도 차정도는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한달에 얼마씩 주식에 꼬박꼬박 투자해서 목돈을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이 나의 퇴사를 막았다. 나와 비슷한 나이에 큰 돈을 모으기위해 하기 싫은거 참아가며 꾸역꾸역 모은 돈으로 부동산, 주식에 투자하여 큰 돈을 모아 경제적 자유를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나는 자괴감에 빠졌다.

 

"지금까지 내 삶은 잘못된 걸까?"

"내가 믿어왔던 것은 전부 틀린걸까?"

"지금이라도 여기서 참고 돈 모으며 지내야하는 걸까?"

 

 

 

#그럼에도 퇴사를 결심한 이유

 

나는 참을성이 별로 없는 사람이다.

 

나같이 끈기없는 사람들이 지금 다니는 직장이 죽도록 싫어도 홧김에 퇴사하지 못하고 꾸역꾸역 다니는 이유는 내 생각에 3가지이다.

 

  1. 집, 차 등의 할부가 있다.
  2. 학자금 대출 등 매달 갚아야할 빚이 있다.
  3. 아내, 가족 등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있다.

 

다행히도 나는 위 3가지 중 아무것도 해당하지 않았다.

 

앞서 얘기했던 여러가지 생각이 나를 퇴사하지 못하도록 막았음에도, 매달 돈벌이를 지속해야할 어쩔수 없는 이유가 나에게는 없었던 것이 다행이었다.

 

회사에 있는 매일매일이 스트레스고 고통스러웠던 나는 내가 퇴사를 해야만 하는 이유에대해서 끊임없이 찾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나에게 있어 일정하고 안정적인 수입 즉 월급이 주는 달콤함은 너무나도 컸기에 나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답답하고 화나고, 나와는 전혀 맞지 않는 부류의 사람들과 일을 같이하며 참을수 없는 괴로움을 느꼈던 나는 자기 합리화를 시작한것이다.

 

과감히 퇴사를 하며 나의 삶을 바꿔왔던 지난 나의 삶과 신념을, 나의 자기합리화를 한번 더 믿어보기로 한것이다.

 

 

 

#기버(Giver)와 테이커(Taker), 그리고 매쳐(Matcher)

 

최근 6개월간은 유튜브에서 자기계발, 경제에 관한 영상들을 정말 수없이 많이 본 것 같다. 그러던 중 <기브앤테이크>라는 책에 대해 알게되었고, 책을 집중해서 한권 다 읽을정도로 의지가 강하지 않다는 걸 스스로 알고있는 나는 유튜브에서 이 책을 요약한 영상을 찾아보게 되었다.

 

세상에는 기버와 테이커, 그리고 매쳐들이 있다. 기버(Giver)는 말 그대로 주는사람이다. 주는것을 아까워 하지 않는 사람, 도움을 받기보다는 도와주는것에 더 큰 기쁨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반대로 테이커(Taker)는 뺏는사람, 받는사람이다. 상대방에게 나의것을 절대 나누지 않고 어떻게든 남이 가진 것을 뺏으려 하며, 이를 위해 상대방을 이용하고 속이기까지 하는 사람들이다. 마지막으로 매쳐(Matcher)는 받는만큼 상대에게 베푸는, 나에게 베풀지 않는사람에게는 전혀 베풀지 않는, 이럴때도 있고 저럴때도 있는 아주 보통의 사람들이다.

 

세상에 기버는 10%, 테이커는 20%, 매쳐는 70% 정도로 분포되어있다고 한다. 나만 생각하고 상대방에게 주지 않고 얻어내려고만 하는 20%의 테이커들에게는 받는만큼 주는 매쳐들을 포함하여 세상의 90%가 모두 테이커로 보이며, 항상 남에게 뭘 줄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는 10%의 기버들에게는 반대로 80%의 사람들이 기버로 보이는 것이다.

 

그럼에도 가장 하층에 있는 부류의 사람들은 기버이며, 최상층에 있는 사람들 또한 기버라고 한다. 가장 힘들게 살고있는 하층의 기버들은, 테이커들에게 둘러싸여 항상 손해보고 착취당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버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테이커를 꼭 끊어내야 한다는것이다.

 

 

 

#내 퇴사에 더 확신을 가지게 된 이유

 

기버와 테이커, 그리고 매쳐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된 나는 왜 이번 회사에서의 생활이 유독 더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이유에 대해 알게되었다. 이 크고 실속없는 회사에는 그 특성 때문인지, 테이커들로 가득한 곳이었다.

 

지난 회사생활을 돌아본 나는 기버였다는 걸 깨달았다. 항상 내가 먼저 남이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에 귀를 귀울였고, 남이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도 난감해 하는 동료를 보면 가서 도와주었다. 이러한 내 성향때문인지, 내가 속했던 집단들은 서로 의지하고 도와가며 좋은 성과를 내기도 하며 회사라는 공간이 하기싫은 일만을 하는 공간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좋은 관계를 맺는 곳이라는 위안을 주었다.

 

그러나 매쳐가 아닌 기버로서의 나에게는 테이커들로만 가득한 이 곳은 지옥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먼저 도움을 주고 호의를 베풀면 베풀수록 그들은 나를 만만히 보고 이용하기 시작했고, 내가 쓴 선심과 호의들은 당연한 것들이 되며 나에게 더 큰것들을 요구하며 불만을 쏟아내며 나를 들릴듯 말듯 욕하기까지 하였다.

 

아무리 테이커들을 잘 끊어내는 기버라고 하더라도, 나빼고 모든 사람이 테이커인 곳에서 생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곳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나까지 테이커가 되어야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매일매일이 불만과 남에대한 비난, 그리고 한숨뿐인 그들을 옆에서 견디며 나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내가 너무나도 싫어하는 부류의 사람들과 같이 있다가는 나까지 똑같은 사람이 될 것 같았고, 여기서 더이상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퇴사를 결심했다.

 

기버와 테이커에 대한 이야기는 이 퇴사의 결심을 더 잘한일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으며, 내가 가야할 곳에대한 방향성에도 도움을 주었다.

 

 

 

#한번 더 때려쳐 본다

 

 

앞으로 나에게 있을 일들, 어려움들이 솔직히 말해 두렵다. 또 점점 줄어드는 통장잔고에 허덕이며 고통받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지금의 나에게는 두려움보단 기대감이 더 큰 것 같다. 또 여태까지 내가 살아왔던 것처럼 어떤 새로운 기회가 생길것인지, 나는 또 어떻게 성장할 것일지 기대해보려고 한다.

 

10대때에는 부모님, 20대에는 친구들이 나의 가장 큰 지지자였다면, 이제는 내가 나 자신의 가장 큰 지지자가 되어야한다. 나에게는 나의 선택을 믿어주고, 응원해줄 수 있는 내가 있기에, 한번 더 때려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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